비스킷 계단
삐걱, 삐걱…….
소리가 울린다.
발걸음을 멈추면 같이 멈추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그 발걸음보다 반박자 늦게
그 소리가 따라온다.
처음 그 계단을 오른 날 -요시노양과 함께 온 그 날- .
이런저런 생각에, 시마코는 그 소리를 깨닫지 못했다.
그 소리를 의식하게 된 건, 처음 혼자 여기에 왔을 때다.
아직 시마코가 세이님의 여동생이 되기 전이었기에,
여기에 와도 되는지 어떤지 고민하고 있어서일까…….
삐걱삐걱하는 그 소리가, 마치 자기 뒤를 밟는
누군가의 발소리처럼 느껴졌다.
삐걱
당신은……
삐걱
여기에……
삐걱
뭐 하러……
삐걱
온 거지?
아무리 조심스레, 조용히 걸어도 그 소리는 늘 따라왔다.
세이님의 로사리오를 받은 후에도…….
이 계단을 다 올라, 저 문을 열게 되면…….
'그러면 그 소리는 내 뒤를 밟지 않는다.'
그 것이 시마코에겐 유일한 구원이었다.
어느 날…….
시마코는 평소보다 일찍 나와, 2층 회의실에 앉았다.
학원축제 끝난 직후라 일이 많은 날이었다.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일찍와서 처리하고 있었다.
언니는 무리해서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빨리 끝내고 싶었다.
우물쭈물하고 있다간, 누군가가 도와주려 할 것이다.
누군가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별로 자신이 없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하지만 또렷이 그 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은……
여기에……
뭐 하러……
온 거지?
움찔…….
어깨가 떨린다.
아직 누가 남아 있는 걸까?
- 벌컥!
“우왓! 시, 시마코양?!”
문을 열고 들어 온 그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는지,
시마코보다 더 놀라고 말았다.
“아,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했거든.”
깜빡깜빡…….
정말 놀란 듯, 커다래진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무심코 웃음이 나온다.
방금 온몸을 감쌌던 공포가, 온기에 밀려나듯 사라진다.
“평안하세요, 유미양.”
“평안하세요, 시마코양. 아, 참! 있지…….”
갑자기 유미양은 시마코에게 한 걸음 다가서서,
크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
“어?”
갑작스런 그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짓는 시마코에게,
유미양은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게……, 사치코님의 여동생이 되고 나서,
시마코양에게 제대로 인사를 못 한 것 같아서 말야.”
“안 그래도 되는데…….”
유미양의 얼굴은 전에 없이 무척 진지했다,
그래서 시마코도 일어나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 쁘띠 스루!”
“그, 그렇게 불리는 건 좀 그렇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유미양.
“어머, 유미양도 그렇게 불렀잖아?”
시마코는 미소 지었다.
“웅~, 그치만…….”
아직 밝지만, 어쨌든 늦은 시간이다.
유미양이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유미양이 가만히 들여다보기에, 하고 있던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도와줄까?’ 라는 말이 나왔다.
시마코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마코양은 정말 대단해.”
“응?”
“언제나, 누군가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사양하잖아?”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곧게 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혼자서 완수한다!
정말 대단해, 나는 금방 ‘누가 도와줬으면~’ 하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아…….
난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문득, 시마코의 손 곁에 유미양의 손이 다가왔다.
“하지만 있지, 가끔은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난 그러고 싶어, 기쁘기도 하고.”
갑자기…….
이유도 없이 사죄의 말이 입안에 맴돈다.
“……. 고마워, 그렇게 할게.”
겨우 담담한 대답을 보내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노력해 보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해 보았다.
“아, 그러고보니 시마코양! 그거 알아?”
“응?”
“2층 회의실로 오는 계단 있잖아. ‘바삭! 바삭!’ 하고 소리가 난다?”
‘바삭! 바삭!’ 이라고 몇 번이고 반복하는 유미양.
그 소리가…….
그렇게 들렸을까?
“응! 마치 잘 구워진 비스킷을 밟는 것 같아!”
“뭐?”
갑자기 겹겹이 계단처럼 쌓인 비스킷을 밟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걸 상상해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유미양, 비유가 좀 특이하네?”
그러자, ‘미안.’ 하며 혀를 내민다.
“좀 바보 같은 생각이지? 아하하~”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무언가…….
“그러고 보니……. 2층 회의실 문의 다른 이름이 비스킷 문이야!”
그러자 유미양은 손뼉을 쳤다.
“아, 맞아! 사치코님이 전에 그랬어!”
“그러고 보면, 유미양의 비유가 정확할지도 모르겠네?”
비스킷을 밟고 오르면 그 곳엔…….
삐걱……
바삭!
삐걱……
바삭!
삐걱……
바삭!!!
“아, 누가 왔나 봐!”
유미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여기서도 들리는지 몰랐는데.”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다.
“누군가 온다는 걸 알려준다니. 멋진 소리인 걸?”
“……, 정말.”
그리고 ‘벌컥!’ 하고 문이 열리면……,
언니의 얼굴이 보인다.
노리코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러니?”
“이 계단, 너무 삐그덕 거려요.”
갑자기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꼭 비스킷을 밟는 것 같지 않아?”
갑작스런 말에, 잠깐 멀뚱한 표정이던 노리코가, 잠시 후 미소지었다.
“참! 시마코 선배, 먹보도 아니고.”
“어머, 도시락은 노리코 게 더 크잖아?”
그러자 노리코는 작게 한숨을 짓는다.
“그 말이 아니고, 수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다른 장미님들에게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후훗, 하고 웃었다.
“그럼, 노리코. 부탁할게!”
“나참, 시마코 선배! 요즘 귀찮은 일은 다 나한테 떠넘기는 거 알아요?”
“싫어?”
“뭐, 시마코 선배가 하는 부탁은 기분 좋지만…….”
삐걱……
삐……
바삭! 바삭! 바삭!
“시마코양! 노리코쨩!”
유미양이 그 환한 미소로 둘을 쫓아 계단을 오른다!
'story garden' 의 작품입니다~
2학년 3인방 중엔 가장 복잡한 사정을 가진 시마코.
겉보기엔 가장 침착하고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그 안엔 남모르게 멈춰버린 마음이 있죠.
하지만 산백합회에 들어오면서…….
버팀목이자 자신의 분신인 언니 세이님과
모든 걸 나눌 수 있는 유미, 요시노라는 든든한 친구,
그리고 다른 산백합회 가족들과 함께하며 커가고 바뀌어가는 모습…….
유미의 성장과는 또 다른 그녀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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