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부터 시작된 '염소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와
2003년 '바트만 사건(Steve Bartman Game)' 은 워낙 유명하고......
1969년.
컵스는 8월 중순까지 2위와 10경기 가까운 차이로 넉넉히 앞서가는 리그 1위 팀이었다.
누구도 컵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그 상황에서, 경기 중인 컵스의 팀 덕아웃 앞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한동안 머물다가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 이 후로 컵스의 성적은 귀신 같이 곤두박질 쳤고
결국은 무섭게 추격하던 2위 팀에게 포스트시즌 진출 자격을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2위 팀이 바로, 1969년 '어메이징 메츠'를 연출하며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오른 뉴욕 메츠였다.
어쨌든 그 '검은 고양이의 저주'까지 해서
10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컵스에겐 '3가지 B의 저주가 있다'라는...
뭐, 그닥 유명하지는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오늘 경기를 보다보니...
컵스는 이러다가 'B의 저주'를 적립할 것 같다는 거다.
더 문제는 앞선 저주들은 그래도 자신들이 어쩔 수 없는
외부에서 유입(?)된 것들이라면...
이 번 B의 저주는 내부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거다.
바로 악마적으로 팀의 공격흐름을 끊어놓고 있는 하비에르 바에즈(Baez)와
공격도 공격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할 때 수비 문제가 터져버린 크리스 브라이언트(Bryant)다.
둘 다 뛰어난 능력으로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견인했는데......
정작 월드시리즈에서는 뭐에 씐 것처럼, 팀에 도움은 커녕 해악만 끼치고 있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야구 센스, 그리고 뜬금없긴 하지만 알토란 같은 한 방으로
'진짜 천재라는 게 있긴 있구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했던 바에즈는
월드시리즈에 오더니 갑자기 영웅병이 든 건지 덩치에 안맞는
그 큰 스윙으로 연신 선풍기질을 해대고 있다.
공을 맞춰야 뜬금포를 치든 루상에 나가서 센스를 발휘하든 할 텐데, 이건 뭐...
그리고 오늘은 또 다른 B, 브라이언트가 오지게 사고를 치는데...
그동안은 '공격력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수비가
연속으로 실책, 결국은 역전 실점의 원흉이 되어버렸다.
NLCS에서 보여줬던 변신은 하룻밤의 환상이 되어버린 '영웅스윙' 방망이질은 바에즈 못지 않았고.
뭐, 4번이나 팀 완봉을 당하며 심각하게 널뛰기하는 게 컵스 타선 전체적인 분위기고
선발 클루버와 밀러를 필두로 한 인디언스 불팬진이 워낙 잘 던지니
둘만 뭐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이런저런 거리를 가지고 생각을 하다보니 별 시덥지않은 것까지 끌고와 같다 붙여 보게 된다.
정말 '저주'라는 표현 외엔 설명이 힘든 컵스의 기나긴 우승 실패다 보니...
또 하나 아쉬운 건 조 매든 감독의 역할인데...
오늘 경기 전에 공개적으로 한 소리 하고, 헤이워드를 기용한 건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고 보지만,
결론적으로는 팀 타선에 전달한 메세지로는 좀 약했다고 본다.
어제 경기에서 산타나를 좌익수로 선발 기용하고
밀러도 빼고 대타를 넣는 등 타선에 승리의 의지를 부여했던 프랑코나 감독처럼
슈와버를 좌익수로 넣고 바에스를 빼는 정도의 '충격요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지난 다저스와의 NLCS 1차전에서 느끼기 시작했는데...
매든 이 양반도 영웅병, 혹은 명장병이 약간 든게 아닌가 싶다.
'짝수해의 자이언츠니까 그나마 그 정도 했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디비전 시리즈 내내 상대를 압도하는 자기 팀의 모습에,
'아, 이러다간 100년의 저주를 푸는데 난 아무 것도 안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 아냐?' 라는
생각이 든 건지 괜한 간섭으로 NLCS를 어렵게 가져가게 했다는 생각을,
다저스 전 보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그런 조바심이 그나마 돌아가는 마운드 쪽에 중점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거다.
정작 4번이나 완봉을 당하며 포스트 시즌 불명예 기록을 세운 타선 쪽은 오히려 더 방관,
혹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뭐, '야구, 몰라요'가 절대 불변의 진리인 상황에서 어떤 반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위의 전력을 가지고도 108에 1을 추가하기 일보직전인 컵스의 상황이 참 뭐랄까~
그나마 젊은 팀이니 내년 이후를 기약해 볼 수도 있겠지만,
설명하기 힘든 지난 100년을 보낸 후 '신과 시카고 시민들의 염원이 준 선물' 같은
현재를 놓치기 직전인 팀에게 과연 미래를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건지...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그나저나 내일 바우어(Bauer)가 호투하고 위의 두 'B'가 계속 삽질한 끝에
'와우 추장의 저주'가 풀린다면......
이 글은 성지가 되는 건가?
...... 뭐래......
덧글
인디언스의 감독 프랑코나는 그런 승부수를 들었다는 거죠.
지금 컵스의 타선 상황이, 타격 컨디션까지 괜찮은 타자를
그저 아낄 정도로 여유가 있냐고 봤을 땐,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