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손톱을 깎다가 문득... 이미지 일기






뭐, 크리스마스니 뭐니 해도......
내 입장에 있어서는 그저 365분의 1, 그나마 공휴일이라는 가치가 좀 더 있는 하루인 오늘.

9시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잔 후 뭉그적 대다, 문득 보게 된 손톱.
좀 긴 느낌이라 머리를 감기 전에 잘라야겠다는 생각에 손톱깎기을 찾아 손톱을 깎았다.
그리고 깔끔하게 짧아진 10개의 손가락을 보다가 든 생각......

'왜 오른쪽 손가락의 손톱들이 더 예쁘(?)지?'

왼쪽 손가락의 손톱들은 대부분 좀 뭉뚝한 느낌으로 잘려있고,
손가락 끝의 모양과는 상관없이 일자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흔히 말하는 개구리 손가락 같은 느낌?

반면 오른쪽 손가락의 손톱들은 손끝의 모양을 제대로 따라서 잘 정돈되어
손가락이 길게 보이게 잘 손질되어 있었다.

'왜 그럴까?'

멍하니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직전에 내가 손톱을 깎는 모습을 떠올려 봤다.
그리고 잘려진 파편들을 보고는......

'아,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난 오른손잡이다.
무거운 걸 드는 일이든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든
오른쪽 손이 훨씬 편한 그런 철저한 오른손잡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쪽 손의 손톱을 자르는 양상은 극과 극이다.

오른손으로 왼손 손톱을 자르는 건, 말 그대로 '과감함의 극치(?)' 이다.
손톱깎이를 잘라야하는 부분에 최대한 밀어넣고는 뭉떵뭉떵 깎아내버린다.
그래서 손톱 당 절삭 횟수가 3번을 거의 넘지 않는다.

반면 왼손으로 오른손 손톱을 자르는 건, 조심스럽기 그지 없다.
아무래도 왼손으로 섬세한 작업, 그 것도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다칠 수도 있는 물건을
움직여야한다는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손톱 바깥부터 잘게잘게 깎아들어가는 식으로 자른다.
그래서 하나의 손톱을 자르는 데 최소한 5번 이상은 손톱깎이를 눌러야 했다.

잘린 손톱들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크게 잘린 조각들은 분명히 왼손가락의 손톱들이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잘려진 손톱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잘게 잘려진 것들은
오른손 손톱의 파편들이었다.

잘한다고 과감하고 빠르게 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못한다고, 어설프다고, 자신없다고......
그렇게 조심조심 접근하는 게 더 좋은 일도 있는 것이다.

한 쪽은 자만, 교만과 비슷한 의미지만......
다른 한 쪽은 겸손과는 또 다른 의미.

자신없고, 다칠까봐 두렵고, 한없이 조심스러워지는 나 자신의 부분.
그 부정적인 '나'와 '나의 부분'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무언가 다른 걸 지키고 있는......
그 어떤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치고 싶고 바꾸고 싶지만......
섣불리 그 걸 서두르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걸,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건 또 아닐까?

손톱을 깎고 나서는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억은 못하지만, 아마도 어릴 때 오른쪽 손톱을 깎다가 다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야구를 할 때 검지와 중지 손톱이 몇 번 부러진 적이 있어
오른손 손톱을 다듬을 때 더 신경을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적지않은 시간동안 결국 내 왼손 손톱들을 못생기게 만든 건
내 '오른손잡이로서의 과도한 자심감'이었다.

괜히 내 왼손에게 미안해진 아침이었다.







손이 워낙 못생겨서......
손 예쁜 사람이 부러울 때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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