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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을 들어서며 언제나 하는 말.
그런데 오늘은 낮은 가능성으로 있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날.
엄마는 뭐 사러 나가셨나?
그 녀석도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
난 계단을 올라 내 방으로 향하려다가
먼저 맞이하게 되는 그 녀석의 방 앞에 멈춰 섰다.
잠깐……, 들어가 볼까?
뭐 어때, 아무도 없는데.
형제자매가 있는 사람들은 알거라 생각한다.
각자의 방이 생긴 후, 다른 형제의 방을 몰래 들어가 본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가슴 뛰는 비밀스러운 일.
나 역시 그런 스릴이 좋을 뿐, 다른 어떤 의미도 없다.
- 삐걱~
살짝 문을 열어 안을 살펴본다.
응, 괜찮아.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온 후, 문을 닫는다.
변함없이 썰렁하니 평범한 방.
언제나처럼 침대에 가 앉는다.
그리고 다시금 방안을 크게 돌아본다.
역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하다못해 포스터나 평범한 장식품 같은 거라도 두지.
그냥 내 마음대로 내 취향에 맞는 귀여운 걸로 사서 둘까?
아!
중요한 걸 까먹고 있었다.
얼른 침대 밑을 들여다본다.
여기엔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 어?”
늘 있던 종이 박스가 없다!
설마 버리진 않았을 텐데…….
숨기는 장소를 바꿨나?
당장이라도 온 방을 뒤져 찾고 싶지만…….
그렇다고 옷장이나 수납장까지 막 뒤지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다.
거기다, 또 ‘안경 쓴, 가슴만 큰 여자’들만 더 늘어나 있겠지, 뭐.
뭐야, 걸핏하면 자기 입으로 ‘나는 시스콘’이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정작 그 녀석의 컬렉션엔 여동생물은 전혀 없다.
그게 말이 돼?
아님 뭐야?
안경 낀 여동생이 좋다는 거야?
그 안경을 낀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 아냐, 아냐, 아냐!
그런 평범한 게 나한테 어울릴 리갉….
물론 나한테 어울릴 만한 세련된 디자인의 안경도 없진 않겠지만.
그 녀석 취향의 안경은 내가 써도 별로 안 어울릴 것 같…….
앗!
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바보같이!
어, 어째서 내갉….
그, 그 녀석 취향에 맞출 생각이나 하고 말이야!
도대체가, 못 말리는 시스콘인 그 녀석이
오히려 내 취향에 맞춰줘야 하는 것 아냐?
그런데…….
그 녀석, 정말 시스터 콤플렉스 맞을까?
왜냐하면…….
그 녀석, 날 봐주는 기색이 전혀 없잖아.
무,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자칭 시스콘이라면, 여동생을 좀 더 귀여워하든,
먼저 다가와주든…….
하, 하여튼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그 녀석은…….
언제나 수동적이다.
내가 집에 있어도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어디 나가 버린다.
언제나 내가 먼저 다가가야, 그제야 나랑 어울려 준다.
놀러 가거나 어떤 일을 함께 하더라도, 먼저 말을 꺼내는 건 거의 내 쪽이다.
내가 없어서 외롭다며 울기까지 한 주제엡….
보통은 남자 쪽이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 아냐?
왜 여자인 내가 먼저 나서야 하는 거야, 정말!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 녀석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 새, 내 안에서 우리 관계는 오빠 동생이 아닌, 남자와 여자가 되어버린다.
언제나 그렇다, 조금만 생각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역시……, 그런 걸까?
난 그 녀석을…….
그렇다면 그 녀석은?
그 녀석을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이 방에 몰래 들어오는 것도, 그 것 때문인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그 마음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어서…….
문득 시선을 던진 곳에 그 녀석의 베개가 있다.
그대로 엎드려 누워, 상념으로 무거워진 머리를 그 베개에 실어보았다.
매일 밤, 그 녀석도 이렇게 누워서 잠을 청하겠지?
그럼, 이러고 있으면…….
뭔가 그 녀석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살짝…….
그 녀석의 냄새가 난다.
살며시 온 몸을 감싸오는 느낌에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 녀석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이대로 있자.
어?
어느 새 난,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홀로 서 있다.
아,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구나.
금방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자각몽’, ‘루시드 드림’ 라고 하던가?
주위를 둘러보자…….
저 쪽에서 쿄우스케의 뒷모습이 보인다.
말을 걸어보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쿄우스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나에게서 멀어진다.
자, 잠깐만!
황급히 그 뒷모습을 쫓는다.
하지만 납덩어리라도 달려있는지, 내 다리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물속을 달리려 애쓰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 동안,
그 뒷모습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
거기 서! 가지 마!
소리가 되지 못한 내 외침을 듣지 못하고,
쿄우스케는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어째서?
왜 가버리는 거야?
제발 혼자 가지 마!
“……, 가지 마! 기다리라고!”
겨우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쿄우스케는 돌아봐 주지 않는다.
어째서?
도대체 왜…….
애달픈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제발 부탁이니까 멈춰!
어서 돌아봐 줘, 내 목소리를 들어줘!
“……, 키리노…….”
내 염원이 통했는지…….
쿄우스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데,
그 모습은 여전히 멀리 있다.
그 뒷모습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가지마! 나, 여기 있잖아!”
“……! 야, 키리노!”
방금보다 더 가까이서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어깨에 닿는 느낌과 다가온 익숙한 온기.
그 따스함을 향해, 난 손을 뻗어 그 것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껏 내 쪽으로 끌어당겨 꼭 껴안았다.
그러자 얼굴에 느껴지는 충격, 그리고 뿌옇게 밝아지는 시야.
아직 몽롱한 정신에 겨우 눈을 뜨자, 시야 가득 보이는 건
익숙한 향을 담은 흰색 셔츠.
그대로 고개를 들자, 거기엔 쿄우스케의 얼굴이 있었다.
“야! 갑자기 왜 이래, 너!”
왜 그런지 모르지만, 무척 당황한 표정.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 그대로 쿄우스케 등에다 팔을 감고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매달렸다.
“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이거 좀 놔!”
“싫어!”
“싫다니 무슨 애도 아니고, 왜 그래?”
“놓아주면, 어디론가 가 버릴 거잖아!”
내 간절한 외침에 날 때어놓으려는 움직임이 멈췄다.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그냥 가 버렸잖아!”
“…….”
“날 혼자 두지 말란 말이야! 계속 곁에 있어 줘.”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한다.
꿈 속이니까…….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해도 되잖아?
꿈 속에서 만큼은…….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툭, 내 머리에 닿는 따쓰한 느낌.
“내가 가긴 어딜 가냐?”
퉁명스러운 듯, 하지만 가슴으로 스며드는 목소리…….
그 느낌 그대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온기.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개가 낀 듯, 뿌옇던 머리가 조금씩 맑아진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내가 있는 곳은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이 아닌, 쿄우스케의 방이었다.
분명 내가 잠들기 전 그 모습, 그대로의…….
……, 어?
내가 잠들기……, 전?
급격하게 정신이 돌아온다.
여기는 쿄우스케의 방.
그런데 난 그 쿄우스케 방 침대에서 잠들었고, 이제 막 깬 상태…….
그리고 지금 난 쿄우스케에게 허리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있고,
그런 날 쿄우스케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고 있…….
- 팟!
냅다 밀쳐 버렸다.
“우왓!”
“무, 무, 무……, 이, 이, 이, 이게 무슨…….”
“야! 갑자기 또, 뭐냐?”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그건 내가 할 소리거든!”
이, 이게 뭐야?
일이 어떻게 된 거냐고!
어디까지가 꿈인 거야?
내가 도대체 얼마나 창피한 짓을, 부끄러운 소리를 한 거냐고!
아, 창피해, 얼굴을 못 들겠어!
“있잖아, 너…….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거냐?”
“! 그, 그래! 꿈이야, 이 모든 게!”
“이 모든 게라니, 뭔 소리야?”
“어쨌든! 이 모든 게 꿈이니까, 다 잊는 거야! 알았지!”
그렇게 소리치고는 황급히 내 방으로 도망쳤다.
아아아아아아아~!
최악이야,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최악이라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난 거실로 내려와 늘 보던 패션 잡지를 보고 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라, 혹시나 마주치면 무척 거북하겠지만
그렇다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랬다간 저녁 식사 전까지…….
계속……, 그, 그러니까…….
하, 하여튼 그래서, 1층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쿄우스케가 거실로 내려왔다, 뭘 마시러 온 모양.
그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얼굴을 가리듯 잡지책을 들어
거기에 코를 박았다.
뭐, 평소처럼 마실 것만 마시고, 바로 자기 방으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쿄우스케가 내가 앉은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더니 탁자에 놓인 잡지를 집어선 읽기 시작한다.
뭐, 뭐야, 갑자기?
평소엔 잡지 같은 건, 잘 보지도 않으면서…….
힐끔힐끔, 몰래 그 모습을 살펴보다가, 그만 시선이 마주친다.
재빨리 잡지로 얼굴을 가려보지만 이미…….
아~, 정말!
창피해 죽겠네, 얼른 네 방으로 돌아가라고!
“있잖아.”
“뭐, 우, 우, 왜?”
“나, 이 번 일요일에 옷 좀 사려고 하거든.”
“그……, 그래서?”
뭐야…….
또 어디, 자기만 혼자 어디 가는 거야?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그래서……. 혹시 괜찮으면, 같이 안 갈래?”
“……, 뭐?”
“아니, 난 요즘 유행하는 것도 잘 모르고,
그런 쪽에 센스나 정보도 없고 하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데!
지,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그래서 너랑 가면 좀 더 괜찮은 걸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역시 안 되겠…….”
“갈래!”
나도 모르게 말을 자르고는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아, 아니…….
이 녀석 센스에 혼자 옷 사면, 또 무슨 촌닭 같은 것만 살 테니…….
돈도 아깝고 하니, 여동생으로서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
“그, 그래? 그럼, 이번 일요일, 시간 비워 둬?”
“알았어, 그 대신! 내 옷도 하나 사 줘야 돼!”
“무……, 왜 그래야 되는데?”
“뭐야, 무슨 불만이야?”
“……, 하아~. 뭐, 알았어, 참…….”
후훗!
그렇다면, 이 번 일요일은 함께 외출하는 거지?
뭘 입고 갈까, 정해야겠네?
“그럼 이 번 일요일, 잊지 말라고!
혼자 가거나 하면 절대 용서 안 해!”
“걱정 붙들어 매세요. 네가 어디 있든, 시간되면 데리러 갈 테니까.”
……, 그래, 데리러 올 거구나.
당연한 말인데도…….
뭐랄까, 굉장히 안심이 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날 혼자 두고 가지 마, 절대루!
키리노 시점의 이야기......
흠~
키리노 시점의 이야기들은 손대기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 번 이야기는 재미있고, 그 시점이기에 다루어질 수 있는
키리노의 '그 나이다운' 귀여움이 좋은 작품이었다.
거기다, 자신이 오빠를 '남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진지하게 인정하며
그에 대해 복잡한 '심리' 중심의 이야기라서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건 내 거~'
이런 느낌?